117
음식과 도시 경험
새로운 도시에 제법 정착했다고 느낄 때는
밥 먹는 일을 포함한 식재료 구매와 소비가
익숙해지는 때가 아닐까 싶다. 매일 먹는
음식을 어디에서 구입하는지에 따라 그
도시의 실체가 각인되는데, 이는 도시 인지에
관한 어떤 이론보다도 더 강력하다.
처음 세종 생활을 시작했을 때는 식료품
구매가 쉽지 않았다. 편의점과 소형 마트가
단지 귀퉁이마다 ‘계획’되어 있어 물 한 병,
우유, 아이스크림 등을 사기에는 무리가 없다.
하지만 원하는 종류의 사과나 토마토 등을 살
때는 동선이 달라진다. 범지기마을 10단지에
살고 있는 나는 차를 타고 대형 마트가 있는
첫마을이나 행정타운으로 장을 보러 갔지만,
점차 그곳으로 가는 횟수가 줄었다. 거리상으로
멀기도 하고, 지금 나의 생활과 가족 주기는
대량구매를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집
앞 소형 마트에 걸어가 과일 몇 개를 사는
최소한의 장보기가 굳어질 무렵, 집 근처에
로컬푸드 매장인 아름동 싱싱장터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과일과 채소, 그리고 떡이
신선하고 맛있고 값도 싸서 놀랐다. 도보
15분 거리에 있고, 싱싱한 식자재를 소량으로
구매할 수 있다. 장군면 양파와 토마토,
연서면 블루베리, 조치원읍 옥수수, 전의면
아삭고추와 두부, 연동면 호박잎, 부강면
흑임자떡이 나의 일상 먹거리가 되었다.
세종 로컬푸드 매장의 시작은 2015년 9월에
개장한 도담동 싱싱장터 1호다. 이어서 2018년
1월에 아름동에 싱싱장터 2호가 문을 열었으며,
2021년까지 두 곳을 더 건립할 예정이다.
2018년까지 우리나라 전국 로컬푸드 매장 수는
229개이고 이들의 2018년 연간 총 매출액은
4,335억 원으로 집계된다.▼1 평균적으로
로컬푸드 매장당 약 20억 원 정도의 연간
매출액을 낸 셈인데, 세종시 싱싱장터의 경우
2018년 두 매장에서의 연 총매출액이 238억
원이었으니, 이는 매장당 평균 119억 원 정도인
것으로 추정된다.▼2 세종 로컬푸드의 활성도가
타 지역에 비해 월등히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최근 도시건축 논의에서 음식이 주요 주제로
떠오르고 있다. 도시건축 전문가들은 음식이
지역정체성을 형성하고 지역활성화를
증진한다고 강조한다. 음식은 생산, 유통, 소비,
폐기의 과정을 포괄하는 하나의 체계로서,
도시의 존립과 도시 공간 배분에 영향을
끼친다. 음식과 도시계획의 관계를 논의할 때
항상 언급되는, 어느덧 고전이 되어버린, 논문
‘음식체계: 도시계획의 이방인’이 발표된 때는
2000년이었는데, 제목이 암시하듯이 도시계획
분야에서 음식 논의는 한동안 ‘이방인’처럼▼3
생소했다. 그러나 지난 20년간 상황은 변했고,
음식은 오늘날 도시계획의 주요 요소로 자리
잡았다. 2016년 국제 연합(유엔) 해비타트
III 정상회담에서 채택한 새로운 도시 어젠다,
“지속가능한 도시와 인간정주 선언문”은
음식 안전과 영양을 포함시키며 음식과
관련된 도시계획 및 설계 기법의 강화, 확산을
촉구했다.▼4 뒤이어 2018년 유엔 식량기구가
『도시계획에 음식을 통합하기』라는 공식
보고서를 출간한다. 로컬푸드를 포함한 지역의
음식운동이 어떻게 도시계획과 설계에 융합되고
있는지, 세계 각국의 긍정적 사례를 토대로
그 시사점을 소개한다. 유엔의 행보는 보다
나은 정주환경 조성과 삶의 질 향상에 있어서
음식체계의 중요도를 시사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는 음식과 도시의 관계가 어떻게
공론화되는 것이 적절할까? 그 초점이 주로
맛집과 외식산업의 주제로 맞춰지는 경향을
우려하며, 나는 머릿속으로만 고민하고
있었는데, 세종이라는 현장에서는 싱싱장터가
소비자들을 만족시키며 매년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었다. 탁상공론만 하다가 정신이 번쩍 들었다.
도시와 농촌
한편 세종의 로컬푸드는 유엔이 표방하는
음식과 도시 논의의 기본 패러다임, 즉 인권에
기반하여 도시 취약계층을 배려하는 음식
정의 차원과는 상당히 다른 결의 속성을
갖는다. 세종의 싱싱장터 현상은, 젊은 중산층
지식인이 주축인 신도시에서 그들 취향의
음식 소비를 통해 도시와 농촌 간의 공생
가능성을 현실화한, 매우 구체적이고 특별한
사례로 해석할 수 있다. 여기에는 세종이 갖는
인구사회, 공간환경, 주민자치, 지역정치
등의 특수 요인들이 뒤엉켜 작동한다.
애초 세종은 오래된 농촌에 중앙정부의
행정 기능을 강제로 이주시켜 탄생한
도농복합도시다. 농촌과 도시의 공존 문제를
기존 방식과는 다르게 접근해야 하는 근원적
숙제를 안고 출발했다. 도시와 농촌의 공존을
위해 선행되었던 시도들 중 대부분은 기반
서비스와 공공재를 서로 뺏고 빼앗기는 제로섬
게임의 양상을 가진다. 이에 비해 세종은
도시와 농촌의 상호 공존을 음식이라는
일상적 매개를 통해 지난 5년간 성장해왔는데,
이를 세종의 도시건축 논의와 연계해 질문을
던져본 적은 거의 없다. 도농복합도시
세종에서 농업인구와 경지면적은 해가 갈수록
감소하는데, 세종 로컬푸드의 소비자 회원
수, 일일 평균 구매자 수, 매출액, 그리고
심지어는 출하등록 농가 수까지 매년 증가하고
있다.▼5 이 현상은 무얼 의미하는 것인가?
도시지역과 농촌지역이 하나의 행정망으로
연결되는 세종의 공간환경 특성을 로컬푸드
운동으로 적극 연계한 배경에는 지역정치의
영향이 있다. 농촌지역의 원주민과 도시지역의
이주민이 함께 어울려 잘 살아야 하는 점은 세종
지역정치의 숙명인데, 음식을 통해 뭔가 해법을
모색하는 방식은 기존의 다른 어떤 주제보다 실현
가능성이 높고 위험부담도 적다. 싱싱장터가
문을 열기 전에는 다른 도시들과 마찬가지로
공공부지나 아파트 단지 노상에서 5일장, 3일장
등의 형식으로 농민직거래 장터가 열렸다.
2014년 당선된 이춘희(세종특별자치시 시장)에
의해 로컬푸드가 세종의 중점과제가 되면서,
2015년 4월 로컬푸드 조례가 제정되고, 2015년
6월 농업회사법인 주식회사 세종로컬푸드가
설립된다. 생산자법인, SK, 축협, 농협,
세종시의 공동 출자금이 모이고, 생산자,
소비자, 전문가, 공무원, (주)세종로컬푸드가
구성원이 되는 로컬푸드 협의체가 만들어지며,
이 거버넌스 체계를 기반으로 세종로컬푸드는
활성화된다. 여기에는 세종 특유의 주민자치
문화도 한몫한다. 시민들은 온라인 카페를
이용하여 강력하고 꼼꼼하게 식자재에
대하여 피드백한다. 예를 들어 어디서 생산된
어떤 과일이 좋다는 식의 의견이 활발하게
교환된다. 이들의 거버넌스 체계가 궁극적으로
도시와 농촌 간의 소통을 원활하게 만들고,
세종로컬푸드의 성장을 지속적으로 뒷받침한다.
음식체계와 도시설계
노상에서의 비정기적 직거래 장터를 마무리
짓고, 싱싱장터 1호 도담점은 2015년 9월
신축 건물에서 상설시장으로 새롭게 태어난다.
뒤이어 로컬푸드 가공지원센터는 2016년
4월에, 싱싱문화관이 2017년 11월에 각각 새
건물을 지어 오픈한다. 매장 2호점인 싱싱장터
아름점도 2018년 1월 새 건물에서 개장한다.
단순히 농축산물을 직거래로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로컬푸드 가공지원센터를 마련해 음식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싱싱문화관을 통해 요리교실
등을 열며 음식문화를 활성화하고자 한 노력의
결과이다. 이용 편의를 위해 넓은 주차장까지
완비한 싱싱장터 도담점의 음식 클러스터 시도는
음식체계 증진 측면에서 합리적 시도이고 의미
있는 진화다. 하지만 싱싱장터 매장의 이용자
수 증가만큼, 싱싱문화관 요리교실의 참여자
수가 증가하지는 않는다. 세종 인구집단의
특성상 식재료를 구매한다는 것과 특정
요리교실에 참여한다는 것은 서로 다른 성질의
문화현상으로 해석할 수 있는데, 이에 부합하는
색다른 접근 방식을 모색해야 하지 않을까.
한편 도담점과 아름점의 도시건축 속성을
비교해보면, 건축물의 공간구성과 가로
공간 활용의 측면에서, 공용주차장을 건물
상층부에 함께 설계한 아름점이 훨씬 더
짜임새가 있다. 도담점은 문화관, 주차장,
매장이 넓기는 하지만, 각 시설의 배치와
연계, 그리고 내부 공간의 구성이 좀 더 심도
있지 못해 아쉽다. 이는 도담점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종 도시 공간의 문제일 수 있다.
세종은 복합 커뮤니티센터나 주민자치센터
등의 공공시설을 큰 규모로 제공하지만,
개별 건축물이 공개공지와 가로환경과 함께
집합체를 이룰 때는 도시블록의 공간설계
디테일이 아직은 다분히 거칠고 진부하다.
새로운 도시운동으로서 세종로컬푸드가
제공하는 신선한 서비스는 매우 감동적인데,
이를 담아내는 건축도시 공간인 로컬푸드
매장과 주변 도시블록은 그리 신선하지 못하여
아쉬움이 있다. 그렇지만 싱싱장터의 소비자
만족도는 점점 높아가고 이용자 수 또한 계속
증가하고 있으니 좋은 도시설계에 대한 아쉬움은
아직 그리 절박한 이슈가 아닐지도 모르겠다.
1.^ 홍용덕, ‘5년 새 매출 13배 급성장했지만...아직은 갈길 먼
“로컬푸드 직거래”’, 「한겨레」, 2019. 1. 15.
2. 세종특별자치시, 세종형 로컬푸드 운동, 2019, 미 출간
발표자료. 세종시 문서; 강승일, ‘세종시, 싱싱장터 누적매출
3년 3월 만에 500억 달성’, 「세종타임즈」, 2018. 12. 9.
3. Kameshwari Pothukuchi and Jerome L. Kauman, ‘The
Food System: A Stranger to the Planning Field’, Journal
of the American Planning Association, vol. 66, 2000.
4. UN Food and Agriculture Organization, Integrating Food
into Urban Planning, University College London Press,
2018. p. 22.
5.^ 세종시 통계에 의하면 농업인구는 2015년 1만 6,335명에서
2017년 1만 4,821명으로, 경지면적은 2015년 8,260ha에서
2017년 7,958ha로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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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과 도시 경험
새로운 도시에 제법 정착했다고 느낄 때는
밥 먹는 일을 포함한 식재료 구매와 소비가
익숙해지는 때가 아닐까 싶다. 매일 먹는
음식을 어디에서 구입하는지에 따라 그
도시의 실체가 각인되는데, 이는 도시 인지에
관한 어떤 이론보다도 더 강력하다.
처음 세종 생활을 시작했을 때는 식료품
구매가 쉽지 않았다. 편의점과 소형 마트가
단지 귀퉁이마다 ‘계획’되어 있어 물 한 병,
우유, 아이스크림 등을 사기에는 무리가 없다.
하지만 원하는 종류의 사과나 토마토 등을 살
때는 동선이 달라진다. 범지기마을 10단지에
살고 있는 나는 차를 타고 대형 마트가 있는
첫마을이나 행정타운으로 장을 보러 갔지만,
점차 그곳으로 가는 횟수가 줄었다. 거리상으로
멀기도 하고, 지금 나의 생활과 가족 주기는
대량구매를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집
앞 소형 마트에 걸어가 과일 몇 개를 사는
최소한의 장보기가 굳어질 무렵, 집 근처에
로컬푸드 매장인 아름동 싱싱장터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과일과 채소, 그리고 떡이
신선하고 맛있고 값도 싸서 놀랐다. 도보
15분 거리에 있고, 싱싱한 식자재를 소량으로
구매할 수 있다. 장군면 양파와 토마토,
연서면 블루베리, 조치원읍 옥수수, 전의면
아삭고추와 두부, 연동면 호박잎, 부강면
흑임자떡이 나의 일상 먹거리가 되었다.
세종 로컬푸드 매장의 시작은 2015년 9월에
개장한 도담동 싱싱장터 1호다. 이어서 2018년
1월에 아름동에 싱싱장터 2호가 문을 열었으며,
2021년까지 두 곳을 더 건립할 예정이다.
2018년까지 우리나라 전국 로컬푸드 매장 수는
229개이고 이들의 2018년 연간 총 매출액은
4,335억 원으로 집계된다.▼1 평균적으로
로컬푸드 매장당 약 20억 원 정도의 연간
매출액을 낸 셈인데, 세종시 싱싱장터의 경우
2018년 두 매장에서의 연 총매출액이 238억
원이었으니, 이는 매장당 평균 119억 원 정도인
것으로 추정된다.▼2 세종 로컬푸드의 활성도가
타 지역에 비해 월등히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최근 도시건축 논의에서 음식이 주요 주제로
떠오르고 있다. 도시건축 전문가들은 음식이
지역정체성을 형성하고 지역활성화를
증진한다고 강조한다. 음식은 생산, 유통, 소비,
폐기의 과정을 포괄하는 하나의 체계로서,
도시의 존립과 도시 공간 배분에 영향을
끼친다. 음식과 도시계획의 관계를 논의할 때
항상 언급되는, 어느덧 고전이 되어버린, 논문
‘음식체계: 도시계획의 이방인’이 발표된 때는
2000년이었는데, 제목이 암시하듯이 도시계획
분야에서 음식 논의는 한동안 ‘이방인’처럼▼3
생소했다. 그러나 지난 20년간 상황은 변했고,
음식은 오늘날 도시계획의 주요 요소로 자리
잡았다. 2016년 국제 연합(유엔) 해비타트
III 정상회담에서 채택한 새로운 도시 어젠다,
“지속가능한 도시와 인간정주 선언문”은
음식 안전과 영양을 포함시키며 음식과
관련된 도시계획 및 설계 기법의 강화, 확산을
촉구했다.▼4 뒤이어 2018년 유엔 식량기구가
『도시계획에 음식을 통합하기』라는 공식
보고서를 출간한다. 로컬푸드를 포함한 지역의
음식운동이 어떻게 도시계획과 설계에 융합되고
있는지, 세계 각국의 긍정적 사례를 토대로
그 시사점을 소개한다. 유엔의 행보는 보다
나은 정주환경 조성과 삶의 질 향상에 있어서
음식체계의 중요도를 시사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는 음식과 도시의 관계가 어떻게
공론화되는 것이 적절할까? 그 초점이 주로
맛집과 외식산업의 주제로 맞춰지는 경향을
우려하며, 나는 머릿속으로만 고민하고
있었는데, 세종이라는 현장에서는 싱싱장터가
소비자들을 만족시키며 매년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었다. 탁상공론만 하다가 정신이 번쩍 들었다.
도시와 농촌
한편 세종의 로컬푸드는 유엔이 표방하는
음식과 도시 논의의 기본 패러다임, 즉 인권에
기반하여 도시 취약계층을 배려하는 음식
정의 차원과는 상당히 다른 결의 속성을
갖는다. 세종의 싱싱장터 현상은, 젊은 중산층
지식인이 주축인 신도시에서 그들 취향의
음식 소비를 통해 도시와 농촌 간의 공생
가능성을 현실화한, 매우 구체적이고 특별한
사례로 해석할 수 있다. 여기에는 세종이 갖는
인구사회, 공간환경, 주민자치, 지역정치
등의 특수 요인들이 뒤엉켜 작동한다.
애초 세종은 오래된 농촌에 중앙정부의
행정 기능을 강제로 이주시켜 탄생한
도농복합도시다. 농촌과 도시의 공존 문제를
기존 방식과는 다르게 접근해야 하는 근원적
숙제를 안고 출발했다. 도시와 농촌의 공존을
위해 선행되었던 시도들 중 대부분은 기반
서비스와 공공재를 서로 뺏고 빼앗기는 제로섬
게임의 양상을 가진다. 이에 비해 세종은
도시와 농촌의 상호 공존을 음식이라는
일상적 매개를 통해 지난 5년간 성장해왔는데,
이를 세종의 도시건축 논의와 연계해 질문을
던져본 적은 거의 없다. 도농복합도시
세종에서 농업인구와 경지면적은 해가 갈수록
감소하는데, 세종 로컬푸드의 소비자 회원
수, 일일 평균 구매자 수, 매출액, 그리고
심지어는 출하등록 농가 수까지 매년 증가하고
있다.▼5 이 현상은 무얼 의미하는 것인가?
도시지역과 농촌지역이 하나의 행정망으로
연결되는 세종의 공간환경 특성을 로컬푸드
운동으로 적극 연계한 배경에는 지역정치의
영향이 있다. 농촌지역의 원주민과 도시지역의
이주민이 함께 어울려 잘 살아야 하는 점은 세종
지역정치의 숙명인데, 음식을 통해 뭔가 해법을
모색하는 방식은 기존의 다른 어떤 주제보다 실현
가능성이 높고 위험부담도 적다. 싱싱장터가
문을 열기 전에는 다른 도시들과 마찬가지로
공공부지나 아파트 단지 노상에서 5일장, 3일장
등의 형식으로 농민직거래 장터가 열렸다.
2014년 당선된 이춘희(세종특별자치시 시장)에
의해 로컬푸드가 세종의 중점과제가 되면서,
2015년 4월 로컬푸드 조례가 제정되고, 2015년
6월 농업회사법인 주식회사 세종로컬푸드가
설립된다. 생산자법인, SK, 축협, 농협,
세종시의 공동 출자금이 모이고, 생산자,
소비자, 전문가, 공무원, (주)세종로컬푸드가
구성원이 되는 로컬푸드 협의체가 만들어지며,
이 거버넌스 체계를 기반으로 세종로컬푸드는
활성화된다. 여기에는 세종 특유의 주민자치
문화도 한몫한다. 시민들은 온라인 카페를
이용하여 강력하고 꼼꼼하게 식자재에
대하여 피드백한다. 예를 들어 어디서 생산된
어떤 과일이 좋다는 식의 의견이 활발하게
교환된다. 이들의 거버넌스 체계가 궁극적으로
도시와 농촌 간의 소통을 원활하게 만들고,
세종로컬푸드의 성장을 지속적으로 뒷받침한다.
음식체계와 도시설계
노상에서의 비정기적 직거래 장터를 마무리
짓고, 싱싱장터 1호 도담점은 2015년 9월
신축 건물에서 상설시장으로 새롭게 태어난다.
뒤이어 로컬푸드 가공지원센터는 2016년
4월에, 싱싱문화관이 2017년 11월에 각각 새
건물을 지어 오픈한다. 매장 2호점인 싱싱장터
아름점도 2018년 1월 새 건물에서 개장한다.
단순히 농축산물을 직거래로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로컬푸드 가공지원센터를 마련해 음식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싱싱문화관을 통해 요리교실
등을 열며 음식문화를 활성화하고자 한 노력의
결과이다. 이용 편의를 위해 넓은 주차장까지
완비한 싱싱장터 도담점의 음식 클러스터 시도는
음식체계 증진 측면에서 합리적 시도이고 의미
있는 진화다. 하지만 싱싱장터 매장의 이용자
수 증가만큼, 싱싱문화관 요리교실의 참여자
수가 증가하지는 않는다. 세종 인구집단의
특성상 식재료를 구매한다는 것과 특정
요리교실에 참여한다는 것은 서로 다른 성질의
문화현상으로 해석할 수 있는데, 이에 부합하는
색다른 접근 방식을 모색해야 하지 않을까.
한편 도담점과 아름점의 도시건축 속성을
비교해보면, 건축물의 공간구성과 가로
공간 활용의 측면에서, 공용주차장을 건물
상층부에 함께 설계한 아름점이 훨씬 더
짜임새가 있다. 도담점은 문화관, 주차장,
매장이 넓기는 하지만, 각 시설의 배치와
연계, 그리고 내부 공간의 구성이 좀 더 심도
있지 못해 아쉽다. 이는 도담점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종 도시 공간의 문제일 수 있다.
세종은 복합 커뮤니티센터나 주민자치센터
등의 공공시설을 큰 규모로 제공하지만,
개별 건축물이 공개공지와 가로환경과 함께
집합체를 이룰 때는 도시블록의 공간설계
디테일이 아직은 다분히 거칠고 진부하다.
새로운 도시운동으로서 세종로컬푸드가
제공하는 신선한 서비스는 매우 감동적인데,
이를 담아내는 건축도시 공간인 로컬푸드
매장과 주변 도시블록은 그리 신선하지 못하여
아쉬움이 있다. 그렇지만 싱싱장터의 소비자
만족도는 점점 높아가고 이용자 수 또한 계속
증가하고 있으니 좋은 도시설계에 대한 아쉬움은
아직 그리 절박한 이슈가 아닐지도 모르겠다.
1.홍용덕,‘5년 새 매출 13배 급성장했지만...아직은갈길 먼
“로컬푸드직거래”’,「한겨레」,2019.1. 15.
2.세종특별자치시, 세종형 로컬푸드 운동, 2019, 미 출간
발표자료.세종시문서; 강승일,‘세종시,싱싱장터누적매출
3년 3월 만에 500억달성’,「세종타임즈」,2018.12. 9.
3.Kameshwari Pothukuchi and Jerome L. Kauman, ‘The
FoodSystem:A Strangerto the PlanningField’,Journal
of the AmericanPlanningAssociation, vol. 66, 2000.
4.UN Food and Agriculture Organization, Integrating Food
into UrbanPlanning, UniversityCollegeLondonPress,
2018.p. 22.
5.세종시 통계에 의하면 농업인구는 2015년 1만 6,335명에서
2017년 1만 4,821명으로, 경지면적은 2015년 8,260ha에서
2017년 7,958ha로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