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0 FRAME 0336
창과 길이 24m의 폭이 얇은 천창을 계획하여 공간이 미묘하게
끊기거나, 확장되는 경험을 연출했다. 빛을 다룰 때는 낮과 밤이
동일한 위계를 갖도록 해야 한다. 서양 주택에는 기능적으로
필요한 주방과 화장실 외에는 천장에 직부등이 없어 공간이
훨씬 세련되어 보인다. 하지만 고착된 생활 습관과 문화적 차이
때문에 한국 주택에서 이를 실현하기는 참 어렵다. 그래서 나의
경우, 간접등, 직부등, 광천장, 라인조명 등 몇 가지 다른 방식의
인공조명들의 회로를 분리하여 다양한 분위기를 연출하곤
한다. 평범하게 들리겠지만 정교하고 세련된 건축적 기술이다.
인공조명도 광원의 위치를 노출하지 않는 간접 방식을
사용하고, 색과 밝기를 조절하여, 자연광과 대비를 주는 것이
좋다. 카페 톤의 경우, 낮에 1층은 처마로 인해 어두운 편이고,
2층은 사방의 통유리 덕에 항상 밝다. 밤에 1층은 직부등으로
인해 굉장히 환하고, 2층은 간접등만으로 어둡고 은은하다.
빛을 사용해 건축물의 낮과 밤을 역전하는 행위는 언제나
즐겁다.
형태를 만드는 방법
형태는 색과 함께 가장 빠르고 명확하게 사물을 인지하도록
한다. 형태는 공간을 만들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이며, 무엇보다
우선시되어야 하는 건축의 근본 요소다. 하지만 형태에 대한
집착이 덜 성숙한 건축가의 모습으로 인식되기도 하고, 주관적
시선에 따라 호불호가 크게 나뉘기 때문에 건축가들은 형태를
다루는 데 소극적이게 된다. 나는 어릴 때부터 조형에 관심이
많았고, 그것을 다루는 것에 집중해오고 있다. 작업 초기에는
조각을 하듯이 덩어리를 뒤틀기도 하고 잘라내거나 덧붙이는
방식으로 새로운 형태를 만들기도 했다. 최근에는 바닥, 벽,
기둥, 지붕과 같은 기본적 건축 요소들의 스케일, 비례와
이것들을 조합하는 구축법에 관심을 두고 있다. 이러한 방식은
과장되고 화려한 형태와 변별성을 갖게 된다. 계획안으로 그친
대전 프로젝트에서는 기둥 스케일을 다르게 하고, 그것이
수직으로 연결되는 과정에서 트릭을 사용했다. 상부층의 필요
이상으로 육중한 기둥들이 하부의 얇고 기울어진, 사실은
적절한 크기를 가진 몇 개의 기둥들로 전이되는 과정에서
다이내믹함과 긴장감이 드러난다. 이것은 새로운 것은 아니며,
이미 미스 반 데어 로에는 많은 작업에서 구조의 순수성을
조작하는 수법을 즐겨 사용했다. 이렇듯 우리에게는 아직
원초적 요소와 구성 방법을 가지고 만들어낼 수 있는 건축의
가능성이 많다. 두라스택 본사는 육중한 덩어리들이 얇은
지붕을 받치고 있는 듯한 모습이지만 각각의 큰 덩어리는
속이 비어 있으며, 프로그램을 수용하는 ‘방’ 이다. 카페 톤은
위에서 언급했던 건축적 기만의 요소가 곳곳에 숨어 있다.
사람들은 처음에 오목한 지붕의 형태에 관심을 갖지만, 자세히
보면 네 개의 거대한 외부 기둥들이 중요한 디자인 요소임을
인지하게 된다. 네 개의 큰 기둥은 지붕만을 받치는 ‘과도한
구조’이며 2층의 바닥 슬래브는 기둥 모서리와 닿을 듯 말
듯하여 기둥과 구조적 연관성이 없음을 알게 된다. 하지만 이
과도한 기둥들조차 지붕을 받치는 ‘주 구조’는 아니며 실제
하중은 금속으로 만든 52개 창문 프레임이 대부분 소화한다.
이어 무거운 콘크리트 지붕이니 철 기둥이 그렇게 많이
필요하겠구나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 하중은 그 절반 정도의
개수로 처리 가능하다. 몇 개의 복선이 진정한 구축 방식을
감추고 있으며, 과장되게 크거나, 축소된 건축 요소들의 구성은
묘한 긴장감을 내포한 공간을 만들어낸다.
어떤 이는 건축은 땅에 닻을 내리는 작업이라고 하고, 혹자는
아이디어와 몸이 지각하는 현상의 경계선이라고 한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누군가는 건축은 자본과 프로그램의 파도
속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서핑이라고 한다. 이렇듯 한 분야를
정의하려는 여러 시도는 사조가 빨리 바뀌고 경향이 쏟아지는
시대에 살면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강박일 수도 있겠다. 나는
건축가들이 오히려 오래전으로 돌아가 건축 그 자체를 더
탐구할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건축의 건축’이라는 말은
가끔 모임에서 만나는 동료 건축가 팀의 슬로건이고, 그들이
쓰는 뉘앙스는 조금 다른 것으로 기억하나, 이 문장은 묘하게
내 마음을 당긴다. 물론 건축은 땅과의 관계, 주변 상황과의
조화를 고려해야 하고, 건물로서의 기능을 충족하며, 새로운
프로그램이나 생활 방식도 제안해야 한다. 그러나 나의
우선순위는 조금 다른 것 같다. 건축을 둘러싼 수많은 제반
조건과 관계없이 재료, 형태, 구조, 빛 등의 건축을 지탱하는
기본 요소들만으로도 건축의 존재 가치는 빛날 수 있다. 나는
건물이 하나의 쓰임새 좋은 가구처럼 만들어져도 괜찮다는
생각을 한다. 어느 환경에 놓여도 어울리는 의자가 있고, 특정한
장소에서 더 빛을 발하는 탁자가 있듯이 잘 만든 제품으로서의
건축을 하려고 노력하는 건축가도 필요하지 않을까? 최근
민워크샵은 작업의 용도와 스케일 변화를 겪으며, 보다 원시적
분위기의 건축을 구현하는 데 관심을 두고 있다. 칸막이로
나뉘어지지 않은, 단순 명료하면서 열린 공간. 쉽고 직관적
형태와 단일한 재료의 사용. 구조와 공간의 얼개를 드러내기도,
감추기도 하는 건축적 기만. 쓰이는 용도와 무관하게 건축
본연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 이러한 건축적 시도가 더
오랫동안 기억되고 경험할 수 있는 건축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Durastack
Headquarters
040 FRAME 0336
창과 길이 24m의 폭이 얇은 천창을 계획하여 공간이 미묘하게
끊기거나, 확장되는 경험을 연출했다. 빛을 다룰 때는 낮과 밤이
동일한 위계를 갖도록 해야 한다. 서양 주택에는 기능적으로
필요한 주방과 화장실 외에는 천장에 직부등이 없어 공간이
훨씬 세련되어 보인다. 하지만 고착된 생활 습관과 문화적 차이
때문에 한국 주택에서 이를 실현하기는 참 어렵다. 그래서 나의
경우, 간접등, 직부등, 광천장, 라인조명 등 몇 가지 다른 방식의
인공조명들의 회로를 분리하여 다양한 분위기를 연출하곤
한다. 평범하게 들리겠지만 정교하고 세련된 건축적 기술이다.
인공조명도 광원의 위치를 노출하지 않는 간접 방식을
사용하고, 색과 밝기를 조절하여, 자연광과 대비를 주는 것이
좋다. 카페 톤의 경우, 낮에 1층은 처마로 인해 어두운 편이고,
2층은 사방의 통유리 덕에 항상 밝다. 밤에 1층은 직부등으로
인해 굉장히 환하고, 2층은 간접등만으로 어둡고 은은하다.
빛을 사용해 건축물의 낮과 밤을 역전하는 행위는 언제나
즐겁다.
형태를 만드는 방법
형태는 색과 함께 가장 빠르고 명확하게 사물을 인지하도록
한다. 형태는 공간을 만들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이며, 무엇보다
우선시되어야 하는 건축의 근본 요소다. 하지만 형태에 대한
집착이 덜 성숙한 건축가의 모습으로 인식되기도 하고, 주관적
시선에 따라 호불호가 크게 나뉘기 때문에 건축가들은 형태를
다루는 데 소극적이게 된다. 나는 어릴 때부터 조형에 관심이
많았고, 그것을 다루는 것에 집중해오고 있다. 작업 초기에는
조각을 하듯이 덩어리를 뒤틀기도 하고 잘라내거나 덧붙이는
방식으로 새로운 형태를 만들기도 했다. 최근에는 바닥, 벽,
기둥, 지붕과 같은 기본적 건축 요소들의 스케일, 비례와
이것들을 조합하는 구축법에 관심을 두고 있다. 이러한 방식은
과장되고 화려한 형태와 변별성을 갖게 된다. 계획안으로 그친
대전 프로젝트에서는 기둥 스케일을 다르게 하고, 그것이
수직으로 연결되는 과정에서 트릭을 사용했다. 상부층의 필요
이상으로 육중한 기둥들이 하부의 얇고 기울어진, 사실은
적절한 크기를 가진 몇 개의 기둥들로 전이되는 과정에서
다이내믹함과 긴장감이 드러난다. 이것은 새로운 것은 아니며,
이미 미스 반 데어 로에는 많은 작업에서 구조의 순수성을
조작하는 수법을 즐겨 사용했다. 이렇듯 우리에게는 아직
원초적 요소와 구성 방법을 가지고 만들어낼 수 있는 건축의
가능성이 많다. 두라스택 본사는 육중한 덩어리들이 얇은
지붕을 받치고 있는 듯한 모습이지만 각각의 큰 덩어리는
속이 비어 있으며, 프로그램을 수용하는 ‘방’ 이다. 카페 톤은
위에서 언급했던 건축적 기만의 요소가 곳곳에 숨어 있다.
사람들은 처음에 오목한 지붕의 형태에 관심을 갖지만, 자세히
보면 네 개의 거대한 외부 기둥들이 중요한 디자인 요소임을
인지하게 된다. 네 개의 큰 기둥은 지붕만을 받치는 ‘과도한
구조’이며 2층의 바닥 슬래브는 기둥 모서리와 닿을 듯 말
듯하여 기둥과 구조적 연관성이 없음을 알게 된다. 하지만 이
과도한 기둥들조차 지붕을 받치는 ‘주 구조’는 아니며 실제
하중은 금속으로 만든 52개 창문 프레임이 대부분 소화한다.
이어 무거운 콘크리트 지붕이니 철 기둥이 그렇게 많이
필요하겠구나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 하중은 그 절반 정도의
개수로 처리 가능하다. 몇 개의 복선이 진정한 구축 방식을
감추고 있으며, 과장되게 크거나, 축소된 건축 요소들의 구성은
묘한 긴장감을 내포한 공간을 만들어낸다.
어떤 이는 건축은 땅에 닻을 내리는 작업이라고 하고, 혹자는
아이디어와 몸이 지각하는 현상의 경계선이라고 한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누군가는 건축은 자본과 프로그램의 파도
속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서핑이라고 한다. 이렇듯 한 분야를
정의하려는 여러 시도는 사조가 빨리 바뀌고 경향이 쏟아지는
시대에 살면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강박일 수도 있겠다. 나는
건축가들이 오히려 오래전으로 돌아가 건축 그 자체를 더
탐구할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건축의 건축’이라는 말은
가끔 모임에서 만나는 동료 건축가 팀의 슬로건이고, 그들이
쓰는 뉘앙스는 조금 다른 것으로 기억하나, 이 문장은 묘하게
내 마음을 당긴다. 물론 건축은 땅과의 관계, 주변 상황과의
조화를 고려해야 하고, 건물로서의 기능을 충족하며, 새로운
프로그램이나 생활 방식도 제안해야 한다. 그러나 나의
우선순위는 조금 다른 것 같다. 건축을 둘러싼 수많은 제반
조건과 관계없이 재료, 형태, 구조, 빛 등의 건축을 지탱하는
기본 요소들만으로도 건축의 존재 가치는 빛날 수 있다. 나는
건물이 하나의 쓰임새 좋은 가구처럼 만들어져도 괜찮다는
생각을 한다. 어느 환경에 놓여도 어울리는 의자가 있고, 특정한
장소에서 더 빛을 발하는 탁자가 있듯이 잘 만든 제품으로서의
건축을 하려고 노력하는 건축가도 필요하지 않을까? 최근
민워크샵은 작업의 용도와 스케일 변화를 겪으며, 보다 원시적
분위기의 건축을 구현하는 데 관심을 두고 있다. 칸막이로
나뉘어지지 않은, 단순 명료하면서 열린 공간. 쉽고 직관적
형태와 단일한 재료의 사용. 구조와 공간의 얼개를 드러내기도,
감추기도 하는 건축적 기만. 쓰이는 용도와 무관하게 건축
본연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 이러한 건축적 시도가 더
오랫동안 기억되고 경험할 수 있는 건축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Durastack
Headquart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