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 - 08.2019

(singke) #1
067

건축가 민우식은 최근작들에서 이전의 작품과
차별되는 근본적인 것에 대한 탐구를 시작하고 있다.
그의 초기작들인 판교 주택은 스티븐 홀과 알바로
시자의 영향하에서 구성되었던 반면, 이번에 소개된
세 개의 최근작은 오히려 루이스 칸의 영향하에서
성립된다고 말할 수 있다. 그가 스티븐 홀 사무실에서
근무했었다 할지라도, 루이스 칸이 그에게
스티븐 홀 이상으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는
것을 직접 말하고 있다. 민우식의 건축은 원형을
상기시킨다. 그것들은 투박하고 원시적 느낌까지
준다. 그 원형들은 직접적 원형이 아닌 은유화되고
변형된 원형이다. 그리고 동시에 그 원형들은 매우
감각적이면서 현상학적이다. 이런 이중적 성격은
그가 스티븐 홀과 루이스 칸으로부터 동시에 영향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찾아볼 수 있다.
민우식의 건축이 근본적 성격과 현상학적 성격을
동시에 갖고 있는 것은 그의 성장 배경에서도
기인한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회화와 인테리어
설계를 접하면서 자랐고, 그가 대학에서 시작한
공부는 건축이 아니라 예술이었다. 그 후에 인테리어
교육을 거친 후, 그다음 건축교육을 이수했다. 가구와
인테리어를 먼저 시작한 페터 춤토르를 비롯한 여러
건축가들처럼 그도 재료, 조명, 가구에 대한 매우
섬세한 감각을 가지고 있었고, 스티븐 홀 사무실을
거치면서 그런 감각은 더욱 예리해졌다. 또한 여행을
통해서 칸의 건물들을 접하면서 근원적인 것에 대한
동경을 키우게 된 것으로 보인다. 독립 이후 판교
주택들에서의 사선, 곡선, 빛으로 구성된 감각적
공간에 대한 실험을 거치면서그가 돌입하게 된
근원적인 것에 대한 탐구는 어떠했을까?

둥근 지붕 집

제주도의 감귤 밭이 있는 경사진 땅에 설계된 둥근
지붕 집은 24×8m의 길고 단일한 형태의 주택이다.
외부에서 본 둥근 지붕 집은 미스 반 데어 로에 식의
포디움 위에 놓여져 있다. 거실과 식당에서 감귤 밭과
풍경을 내다볼 수 있지만, 건축가의 주된 관심은
외부나 콘텍스트의 고려보다는 하나의 독립적
파빌리온의 매스를 배치하는 데 있다.
내부로 들어가면 24m의 볼트가 하나의 연속된
공간에서 보이는 것이 인상적이다. 주택에서 24m의
수평 공간이 하나로 보이기는 특이한 일인데, 르
코르뷔지에의 자울 주택(Maison Jaoul)에서조차도
전체 볼트가 하나로는 읽히지 않는다. 주택이라는
프로그램의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서 민우식은

코르뷔지에나 칸이 사용하지 않는 스킵플로어와
공적/사적 공간의 전환을 통해 하나의 긴 내부 풍경을
만든다. 일반적으로 주택은 진입부가 있는 아래쪽에
거실, 주방, 식당 등의 공적 기능이 배치되고, 위쪽
공간에는 방들의 사적 기능이 배치된다. 건축가는
이런 일반적 배치를 뒤집고, 스킵플로어를 통해서
극복한다. 그는 “그전까지 판교에서 실험했던
수직적 개방 공간에서 방향을 바꾸어, 긴 수평적
개방 공간을 만들어보려고 했다”고 말한다. 긴 개방
공간에 안방, 자녀방, 보조주방이라는 세 개의 매스
가 흩뿌려져 있다. 2.25m 층고의 로프트에 위치한
서재와 놀이방이 4.2m 층고의 거실과 식당 공간을
가로질러서 서로 마주볼 수 있게 되어, 부모와 자녀
세대가 적당한 거리를 두면서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진다. 양쪽 스킵 공간으로의 진입은
계단 방향을 90 ̊꺾어 공간이 좌우대칭이 되는 것을
피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 주택은 원초적인 볼트의 형태로
구성된다. 건축가는 건축주에게 존 파우슨(John
Pawson)의 수도원과 루이스 칸의 킴벨뮤지엄을
레퍼런스로 제시하여 설득했다고 한다. 이
사이클로이드 곡선의 볼트는 그가 존경하는 칸에
대한 오마주다. 이 볼트의 구조는 일본산 중목구조로
3m 간격의 기둥에 의해서 떠받쳐진다. 볼트는
본성상 조적조에 의해 구성되는 구조 방식이다.
칸은 킴벨뮤지엄에서 이 원형적 구조 방식을 힘의
중심이 되는 최상부를 찢어내고 콘크리트 구조로
재해석하고 있다. 그 찢어낸 틈으로 반사되어
들어오는 빛의 감동은 엄청나지만, 콘크리트로
구성된 찢어진 볼트를 바라볼 때 볼트 본연의 구조에
대한 묘한 비틀림과 유머와 ‘기만’이 느껴진다.
민우식은 그 찢어진 볼트를 가구식 구조로 다시 한
번 재해석한다. 가구식으로 재해석된 볼트. 원형의
형상을 가지고 있지만, 그 내용은 다른 방식으로
비틀어진 것이다. 재해석된 원형. 은유화된 원형.
민우식은 칸에게서 원형과 비틀림을 모두 배우고
있다. 찢어진 볼트에 반사판을 설치하는 대신, 볼트의
하부에 인공조명을 설치해서 빛이 볼트를 따라서
올라가게 하는 감각적 연출을 시도한다.
건축가를 사로잡고 있었던 주제는 하나의 단일한
지붕과 그 아래의 매스들. 하지만 킴벨뮤지엄의
볼트들의 다양한 변주보다는 훨씬 단순해 보인다.
단일한 매스가 아니라 여러 개의 볼트를 병치하면서
변주할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런 변주는 다음 작품인
두라스택 본사에서 시도된다.

둥근 지붕 집_ 내부로 들어가면 24m의 볼트가 하나의 연속된 공간에서 보이는 것이 인상적이다.
Vault House_ Upon going inside, one is met with an especially impressive
24m-long vault that extends out into a continuous space.

067

건축가 민우식은 최근작들에서 이전의 작품과
차별되는 근본적인 것에 대한 탐구를 시작하고 있다.
그의 초기작들인 판교 주택은 스티븐 홀과 알바로
시자의 영향하에서 구성되었던 반면, 이번에 소개된
세 개의 최근작은 오히려 루이스 칸의 영향하에서
성립된다고 말할 수 있다. 그가 스티븐 홀 사무실에서
근무했었다 할지라도, 루이스 칸이 그에게
스티븐 홀 이상으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는
것을 직접 말하고 있다. 민우식의 건축은 원형을
상기시킨다. 그것들은 투박하고 원시적 느낌까지
준다. 그 원형들은 직접적 원형이 아닌 은유화되고
변형된 원형이다. 그리고 동시에 그 원형들은 매우
감각적이면서 현상학적이다. 이런 이중적 성격은
그가 스티븐 홀과 루이스 칸으로부터 동시에 영향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찾아볼 수 있다.
민우식의 건축이 근본적 성격과 현상학적 성격을
동시에 갖고 있는 것은 그의 성장 배경에서도
기인한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회화와 인테리어
설계를 접하면서 자랐고, 그가 대학에서 시작한
공부는 건축이 아니라 예술이었다. 그 후에 인테리어
교육을 거친 후, 그다음 건축교육을 이수했다. 가구와
인테리어를 먼저 시작한 페터 춤토르를 비롯한 여러
건축가들처럼 그도 재료, 조명, 가구에 대한 매우
섬세한 감각을 가지고 있었고, 스티븐 홀 사무실을
거치면서 그런 감각은 더욱 예리해졌다. 또한 여행을
통해서 칸의 건물들을 접하면서 근원적인 것에 대한
동경을 키우게 된 것으로 보인다. 독립 이후 판교
주택들에서의 사선, 곡선, 빛으로 구성된 감각적
공간에 대한 실험을 거치면서그가 돌입하게 된
근원적인 것에 대한 탐구는 어떠했을까?


둥근 지붕 집


제주도의 감귤 밭이 있는 경사진 땅에 설계된 둥근
지붕 집은 24×8m의 길고 단일한 형태의 주택이다.
외부에서 본 둥근 지붕 집은 미스 반 데어 로에 식의
포디움 위에 놓여져 있다. 거실과 식당에서 감귤 밭과
풍경을 내다볼 수 있지만, 건축가의 주된 관심은
외부나 콘텍스트의 고려보다는 하나의 독립적
파빌리온의 매스를 배치하는 데 있다.
내부로 들어가면 24m의 볼트가 하나의 연속된
공간에서 보이는 것이 인상적이다. 주택에서 24m의
수평 공간이 하나로 보이기는 특이한 일인데, 르
코르뷔지에의 자울 주택(Maison Jaoul)에서조차도
전체 볼트가 하나로는 읽히지 않는다. 주택이라는
프로그램의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서 민우식은


코르뷔지에나 칸이 사용하지 않는 스킵플로어와
공적/사적 공간의 전환을 통해 하나의 긴 내부 풍경을
만든다. 일반적으로 주택은 진입부가 있는 아래쪽에
거실, 주방, 식당 등의 공적 기능이 배치되고, 위쪽
공간에는 방들의 사적 기능이 배치된다. 건축가는
이런 일반적 배치를 뒤집고, 스킵플로어를 통해서
극복한다. 그는 “그전까지 판교에서 실험했던
수직적 개방 공간에서 방향을 바꾸어, 긴 수평적
개방 공간을 만들어보려고 했다”고 말한다. 긴 개방
공간에 안방, 자녀방, 보조주방이라는 세 개의 매스
가 흩뿌려져 있다. 2.25m 층고의 로프트에 위치한
서재와 놀이방이 4.2m 층고의 거실과 식당 공간을
가로질러서 서로 마주볼 수 있게 되어, 부모와 자녀
세대가 적당한 거리를 두면서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진다. 양쪽 스킵 공간으로의 진입은
계단 방향을 90 ̊꺾어 공간이 좌우대칭이 되는 것을
피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 주택은 원초적인 볼트의 형태로
구성된다. 건축가는 건축주에게 존 파우슨(John
Pawson)의 수도원과 루이스 칸의 킴벨뮤지엄을
레퍼런스로 제시하여 설득했다고 한다. 이
사이클로이드 곡선의 볼트는 그가 존경하는 칸에
대한 오마주다. 이 볼트의 구조는 일본산 중목구조로
3m 간격의 기둥에 의해서 떠받쳐진다. 볼트는
본성상 조적조에 의해 구성되는 구조 방식이다.
칸은 킴벨뮤지엄에서 이 원형적 구조 방식을 힘의
중심이 되는 최상부를 찢어내고 콘크리트 구조로
재해석하고 있다. 그 찢어낸 틈으로 반사되어
들어오는 빛의 감동은 엄청나지만, 콘크리트로
구성된 찢어진 볼트를 바라볼 때 볼트 본연의 구조에
대한 묘한 비틀림과 유머와 ‘기만’이 느껴진다.
민우식은 그 찢어진 볼트를 가구식 구조로 다시 한
번 재해석한다. 가구식으로 재해석된 볼트. 원형의
형상을 가지고 있지만, 그 내용은 다른 방식으로
비틀어진 것이다. 재해석된 원형. 은유화된 원형.
민우식은 칸에게서 원형과 비틀림을 모두 배우고
있다. 찢어진 볼트에 반사판을 설치하는 대신, 볼트의
하부에 인공조명을 설치해서 빛이 볼트를 따라서
올라가게 하는 감각적 연출을 시도한다.
건축가를 사로잡고 있었던 주제는 하나의 단일한
지붕과 그 아래의 매스들. 하지만 킴벨뮤지엄의
볼트들의 다양한 변주보다는 훨씬 단순해 보인다.
단일한 매스가 아니라 여러 개의 볼트를 병치하면서
변주할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런 변주는 다음 작품인
두라스택 본사에서 시도된다.

둥근 지붕 집_ 내부로 들어가면 24m의 볼트가 하나의 연속된 공간에서 보이는 것이 인상적이다.
Vault House_ Upon going inside, one is met with an especially impressive
24m-long vault that extends out into a continuous sp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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