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 – August 2019

(Grace) #1
098 PROJECT SALON GUUI

외부 공간, 건축적 요소의 유형 및 마감은 구의동의 토속적 문맥에 반응하도록 남겨두었다.
The outdoor space and its architectural elements are preserved to respond to the native context.

서울 광진구 구의동에는 1980년대 건설된


주택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 2000년대 초반


빌라 형태의 건물들이 신축됐지만, 골목마다


예전 모습을 간직한 채 토속적 풍경을 유지하고


있다. 1980년대 부동산 붐으로 생긴 이 건축물의


외형적 특징은 반지하층과 층별 독립적 접근


동선으로 요약된다. 당시 건축법에는 전쟁이


발발하면 방공호로 활용되도록 주택마다


지하층 설치 의무 규정이 있었다. 방공호로


이용될 계획이었기에 땅을 깊게 팔 이유도


층고가 높을 필요도 없었다. 층고가 낮은


반지하층이 형성된 배경이다. 이후 인구 증가에


따른 주거 수요와 임대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욕망이 맞물리면서, 각 층에 두 세대 이상을


수용하도록 공간이 구획되었다. 층별 독립적


진입은 자연스럽게 중요 요소로 고려되었다.


1980년대 주택의 형식과 새로운 공간 제안


구의 살롱은 1980년대 유행한 한국의 주택 건축


형태에 새로운 리모델링 가능성을 제시한다.


건물은 반지하층, 주변 도로보다 반 층 높은


1층 그리고 2층으로 구성되고, 각 층으로 직접


접근할 수 있는 개별 동선이 있다. 총 195m^2 의
면적에 다섯 세대의 유닛(반지하층 2세대 /

1층 1세대 / 2층 2세대)으로 나뉘어 사용되던


공간에 건축주가 사용하는 업무시설(반지하


/ 1층)과 거주시설(2층)이 제안되었다.


업무시설 중 주요 작업 공간은 반지하층에


위치한다. 북측 담장 사잇길로 바로 출입할 수


있으며 내부에서는 슬래브를 잘라낸 틈으로


1층과 연결된다. 반지하층과 1층을 하나의


업무시설로 사용하는 목적에 부합하는 구조다.


이 프로젝트에서 가장 중요하게 계획된 부분은


남서 측 도로 레벨에서 반층 높은 1층이다. 이


공간은 지정된 용도 없이 비워진 공간이다.


프로그램을 기준으로 공간을 구분했을 때


1층은 반지하층과 연계되는 업무시설의


한 부분이지만, 2층에 사는 건축주 가족이


내려와 머무는 공간으로 활용될 여지가 있다.


다시 말해 ‘살롱’이라 불리는 이 1층은 중간


영역으로서 반지하층과 2층 사이, 업무와


주거 프로그램 사이에서 회의, 미팅, 전시,


휴식 및 여가 등 사용자들의 다양한 행위를


담는 건물 내 커다란 ‘응접실’이 된다.


공간구성을 위한 보존과 철거의 범위


1980년대 소위 ‘집장사’가 지은 건축물에도


당시의 건축 양식과 언어가 담겨 있다. 이 유형의


건축물들은 한 시대의 분위기를 대변하는


‘집합체’로서 보편적 가치를 갖는다. 리모델링


과정에서 어떤 가치를 남기고 없애는지는


건축가가 지닌 기준과 판단의 결과이며,


이러한 건축 작업은 단순히 과거 지향적 소비


트렌드인 ‘레트로’와 구분되어야 한다.


구의 살롱은 시대를 대변하는 ‘집합체적


양식’으로서의 가치를 기준으로 건축적


요소의 위계를 나누고 있다. 층별 진입 구조,


외부의 건축적 요소, 벽과 바닥의 축조


방식 및 디테일, 반지하층 화장실, 건물 내


배관 등은 한 시대를 환기시키는 집합체적


양식으로서 보존되었다. 이와 달리, 내부


공간을 구획하던 벽과 일부 슬래브는 현재의


목적과 기능에 부합하도록 철거되었다.


앞서 말한 요소들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먼저 반지하층의 두 세대가 사용하던 화장실은


1970~80년대 상황을 유추하게 하는 가치를


갖는다. 봉준호의 영화 ‘기생충’을 보면 도로변


가까이에, 사람이 설 수 없을 정도로 천장고가


낮은 화장실이 등장한다. 이곳 화장실도 이와


유사한 형식을 보이고 있었다. 앞서 언급했듯이


제도적으로 강제된 반지하 유형과 주거 공간에


대한 사회적 수요는 방공호를 주거 공간으로


시대를 대변하는
집합체적 양식

이승택


에스티피엠제이 공동대표


©stpmj

098 PROJECT SALON GUUI

외부 공간, 건축적 요소의 유형 및 마감은 구의동의 토속적 문맥에 반응하도록 남겨두었다.
The outdoor space and its architectural elements are preserved to respond to the native context.

서울 광진구 구의동에는 1980년대 건설된


주택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 2000년대 초반


빌라 형태의 건물들이 신축됐지만, 골목마다


예전 모습을 간직한 채 토속적 풍경을 유지하고


있다. 1980년대 부동산 붐으로 생긴 이 건축물의


외형적 특징은 반지하층과 층별 독립적 접근


동선으로 요약된다. 당시 건축법에는 전쟁이


발발하면 방공호로 활용되도록 주택마다


지하층 설치 의무 규정이 있었다. 방공호로


이용될 계획이었기에 땅을 깊게 팔 이유도


층고가 높을 필요도 없었다. 층고가 낮은


반지하층이 형성된 배경이다. 이후 인구 증가에


따른 주거 수요와 임대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욕망이 맞물리면서, 각 층에 두 세대 이상을


수용하도록 공간이 구획되었다. 층별 독립적


진입은 자연스럽게 중요 요소로 고려되었다.


1980년대 주택의 형식과 새로운 공간 제안


구의 살롱은 1980년대 유행한 한국의 주택 건축


형태에 새로운 리모델링 가능성을 제시한다.


건물은 반지하층, 주변 도로보다 반 층 높은


1층 그리고 2층으로 구성되고, 각 층으로 직접


접근할 수 있는 개별 동선이 있다. 총 195m^2 의
면적에 다섯 세대의 유닛(반지하층 2세대 /

1층 1세대 / 2층 2세대)으로 나뉘어 사용되던


공간에 건축주가 사용하는 업무시설(반지하


/ 1층)과 거주시설(2층)이 제안되었다.


업무시설 중 주요 작업 공간은 반지하층에


위치한다. 북측 담장 사잇길로 바로 출입할 수


있으며 내부에서는 슬래브를 잘라낸 틈으로


1층과 연결된다. 반지하층과 1층을 하나의


업무시설로 사용하는 목적에 부합하는 구조다.


이 프로젝트에서 가장 중요하게 계획된 부분은


남서 측 도로 레벨에서 반층 높은 1층이다. 이


공간은 지정된 용도 없이 비워진 공간이다.


프로그램을 기준으로 공간을 구분했을 때


1층은 반지하층과 연계되는 업무시설의


한 부분이지만, 2층에 사는 건축주 가족이


내려와 머무는 공간으로 활용될 여지가 있다.


다시 말해 ‘살롱’이라 불리는 이 1층은 중간


영역으로서 반지하층과 2층 사이, 업무와


주거 프로그램 사이에서 회의, 미팅, 전시,


휴식 및 여가 등 사용자들의 다양한 행위를


담는 건물 내 커다란 ‘응접실’이 된다.


공간구성을 위한 보존과 철거의 범위


1980년대 소위 ‘집장사’가 지은 건축물에도


당시의 건축 양식과 언어가 담겨 있다. 이 유형의


건축물들은 한 시대의 분위기를 대변하는


‘집합체’로서 보편적 가치를 갖는다. 리모델링


과정에서 어떤 가치를 남기고 없애는지는


건축가가 지닌 기준과 판단의 결과이며,


이러한 건축 작업은 단순히 과거 지향적 소비


트렌드인 ‘레트로’와 구분되어야 한다.


구의 살롱은 시대를 대변하는 ‘집합체적


양식’으로서의 가치를 기준으로 건축적


요소의 위계를 나누고 있다. 층별 진입 구조,


외부의 건축적 요소, 벽과 바닥의 축조


방식 및 디테일, 반지하층 화장실, 건물 내


배관 등은 한 시대를 환기시키는 집합체적


양식으로서 보존되었다. 이와 달리, 내부


공간을 구획하던 벽과 일부 슬래브는 현재의


목적과 기능에 부합하도록 철거되었다.


앞서 말한 요소들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먼저 반지하층의 두 세대가 사용하던 화장실은


1970~80년대 상황을 유추하게 하는 가치를


갖는다. 봉준호의 영화 ‘기생충’을 보면 도로변


가까이에, 사람이 설 수 없을 정도로 천장고가


낮은 화장실이 등장한다. 이곳 화장실도 이와


유사한 형식을 보이고 있었다. 앞서 언급했듯이


제도적으로 강제된 반지하 유형과 주거 공간에


대한 사회적 수요는 방공호를 주거 공간으로


시대를 대변하는


집합체적 양식


이승택


에스티피엠제이 공동대표


©stpm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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