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 – August 2019

(Grace) #1
004
http://www.steinwaylyngdorf.com
T.82(2)-2231-

Now Open


B1, The Shilla Seoul


THE ULTIMATE BUILT-IN SOUND SYSTEM
스타인웨이 링돌프의 사운드 부티크가 서울신라호텔에 문을 열였습니다.

다양한, 혹은
온전한 주택

6월 21일 서울도시주택공사는 강동구 고덕강일지구 1ᆞ5블록 설계공모 결과를 발표했다(본지


22쪽 참고). 이번 공모는 창의적인 공동주택 설계안을 제시한 건설사에게 토지를 우선


분양하는 방식으로 아파트의 새로운 유형을 찾아보겠다는 취지에서 진행됐다. 심사위원들


역시 “획일적이지 않고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구현할 수 있는 공간으로, 아파트가 바뀌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규제 하나 풀었더니...아파트단지에 마당·골목길’, 「중앙일보」 2019.


6. 23.). 이번 공모에 참여한 어떤 팀은 “주택도 있고 아파트도 있고 다양한 주거문화를 보고


살았는데” 지금은 “국가가 공급하는 주택이 아파트밖에 없다”며 “아파트이지만 단독주택에


살던 정서”를 느낄 수 있는 설계안을 제안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대한민국 10인의 건축가가


만드는 8개 동네, 중간도시 2019’, 유튜브). 소위 아파트 평면의 획일성이나 단지의 폐쇄성, 그


풍경의 삭막함이 문제시되어온 지도 오래지만 설계뿐만 아니라 주택을 생산하는 건축법규나


택지공급 및 개발 방식, 건설산업의 구조 등도 역시 복합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문제다.


우리 사회의 인구구조와 가족구성이 변화하고 라이프스타일은 다양해지는데, 그에 걸맞은


주택 유형은 무엇이며, 또 어떻게 조합되어야 할까. 「SPACE(공간)」 8월호에는 네 채의


주택이 소개되어 주택건축과 관련된 건축가들의 고민의 일단을 확인할 수 있다.


부산의 ‘모여가’는 여덟 가구 서른 명이 모여 살기 위해 지은 다세대주택이다. 타인이 모였지만


함께 관리하고 외부 공간을 나누며 육아를 서로 돕기도 한다. 오신욱(라움건축사사무소)이


설계한 이 주택은 각 세대의 필요와 바람에 따라 제각각 다른 규모와 평면으로 계획되었으므로,


협동조합주택처럼 공동체 주택이라는 유형으로 보편화될 수 있는 가능성보다는 여덟 가구의


단독주택을 하나의 건축으로 풀어낸 시도에 더 방점을 두게 된다. 비평을 맡은 임성훈이 관찰했듯이


“사적 공간이 확장되어 입주자들이 서로 마주”치며 유대감을 키워가는 모습에서, 단독주택과


공동체주택 사이에 위치 짓기를 시도한 모여가의 가능성과 보편성을 고민해보게 된다.


신사동에 들어선 ‘쿼드’는 임대용 다세대주택이다. 건축주는 건축가 김진휴와 남호진(건축사사무소


김남)에게 “아이가 없는 젊은 세대가 사는 집”, 달리 해석하면 “주방은 작아도 신발장은 클


수 있는 집”을 주문했다고 한다. 우리는 여전히 부부와 자녀로 구성되는 가정을 ‘표준’으로


생각하는 사회에서 살고 있으므로, 그렇지 않은 가구는 몸에 맞지 않은 옷을 입은 것처럼


불편하다. 그러나 소위 표준에서 벗어난 사람들에게도 자신들의 삶의 조건에 맞춤한 ‘온전한’


집은 필요하다. 쿼드는 주택임대시장에 떠오르는 새로운 욕구를 바탕에 깔고 있지만, 여전히


건축법규와 시장원리에 따라 그 형태가 정리되게 마련인 다세대주택ᆞ근린생활시설의 한계


속에 있다. 조한은 ‘필연성에 용해된 자의성의 문제’라는 글을 통해, 우리 사회가 건물을


생산해내는 구조 내에서 건축가가 어떻게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고자 하는지 분석한다.


1980년대에 만들어진 주택을 리모델링한 ‘구의 살롱’에는 시대별로 주택시장이 만들어온 주거


유형의 특징들이 남아 있다. 이승택과 임미정(에스티피엠제이)은 이 주택의 공간 확장의 역사와


마감재료 변화의 흔적 속에서 시대를 대변하는 ‘양식적 요소’들을 섬세하게 가려내 드러낸다.


그 동네에 축적된 시대의 분위기를 ‘역사’로 존중하고 토속적 풍경에 미묘한 변화를 가한 구의 살롱이나


현재 흔히 쓰이는 재료를 재해석한 쿼드와는 달리, 이번 호 프레임의 주인공인 민우식(민워크샵)의


‘둥근 지붕 집’은 온전히 건축의 형태와 내적 논리에 집중한다. 제주도 감귤 밭 인근에 자리 잡은


이 주택은 8×24m의 긴 볼륨을 하나의 공간으로 인식되도록 만들고 싶은 건축가의 욕망이 빚은
집이다. 일반적인 주택에서 찾아보기 힘든 공간구조지만 장용순의 표현에 따르면, 건축주는
“부모와 자녀 세대가 적당한 거리를 두면서 서로 소통”하게 되는 일상의 변화를 맞았다.

편집장 김정은

004 EDITORIAL

다양한, 혹은


온전한 주택


6월 21일 서울도시주택공사는 강동구 고덕강일지구 1ᆞ5블록 설계공모 결과를 발표했다(본지


22쪽 참고). 이번 공모는 창의적인 공동주택 설계안을 제시한 건설사에게 토지를 우선


분양하는 방식으로 아파트의 새로운 유형을 찾아보겠다는 취지에서 진행됐다. 심사위원들


역시 “획일적이지 않고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구현할 수 있는 공간으로, 아파트가 바뀌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규제 하나 풀었더니...아파트단지에 마당·골목길’, 「중앙일보」 2019.


6. 23.). 이번 공모에 참여한 어떤 팀은 “주택도 있고 아파트도 있고 다양한 주거문화를 보고


살았는데” 지금은 “국가가 공급하는 주택이 아파트밖에 없다”며 “아파트이지만 단독주택에


살던 정서”를 느낄 수 있는 설계안을 제안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대한민국 10인의 건축가가


만드는 8개 동네, 중간도시 2019’, 유튜브). 소위 아파트 평면의 획일성이나 단지의 폐쇄성, 그


풍경의 삭막함이 문제시되어온 지도 오래지만 설계뿐만 아니라 주택을 생산하는 건축법규나


택지공급 및 개발 방식, 건설산업의 구조 등도 역시 복합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문제다.


우리 사회의 인구구조와 가족구성이 변화하고 라이프스타일은 다양해지는데, 그에 걸맞은


주택 유형은 무엇이며, 또 어떻게 조합되어야 할까. 「SPACE(공간)」 8월호에는 네 채의


주택이 소개되어 주택건축과 관련된 건축가들의 고민의 일단을 확인할 수 있다.


부산의 ‘모여가’는 여덟 가구 서른 명이 모여 살기 위해 지은 다세대주택이다. 타인이 모였지만


함께 관리하고 외부 공간을 나누며 육아를 서로 돕기도 한다. 오신욱(라움건축사사무소)이


설계한 이 주택은 각 세대의 필요와 바람에 따라 제각각 다른 규모와 평면으로 계획되었으므로,


협동조합주택처럼 공동체 주택이라는 유형으로 보편화될 수 있는 가능성보다는 여덟 가구의


단독주택을 하나의 건축으로 풀어낸 시도에 더 방점을 두게 된다. 비평을 맡은 임성훈이 관찰했듯이


“사적 공간이 확장되어 입주자들이 서로 마주”치며 유대감을 키워가는 모습에서, 단독주택과


공동체주택 사이에 위치 짓기를 시도한 모여가의 가능성과 보편성을 고민해보게 된다.


신사동에 들어선 ‘쿼드’는 임대용 다세대주택이다. 건축주는 건축가 김진휴와 남호진(건축사사무소


김남)에게 “아이가 없는 젊은 세대가 사는 집”, 달리 해석하면 “주방은 작아도 신발장은 클


수 있는 집”을 주문했다고 한다. 우리는 여전히 부부와 자녀로 구성되는 가정을 ‘표준’으로


생각하는 사회에서 살고 있으므로, 그렇지 않은 가구는 몸에 맞지 않은 옷을 입은 것처럼


불편하다. 그러나 소위 표준에서 벗어난 사람들에게도 자신들의 삶의 조건에 맞춤한 ‘온전한’


집은 필요하다. 쿼드는 주택임대시장에 떠오르는 새로운 욕구를 바탕에 깔고 있지만, 여전히


건축법규와 시장원리에 따라 그 형태가 정리되게 마련인 다세대주택ᆞ근린생활시설의 한계


속에 있다. 조한은 ‘필연성에 용해된 자의성의 문제’라는 글을 통해, 우리 사회가 건물을


생산해내는 구조 내에서 건축가가 어떻게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고자 하는지 분석한다.


1980년대에 만들어진 주택을 리모델링한 ‘구의 살롱’에는 시대별로 주택시장이 만들어온 주거


유형의 특징들이 남아 있다. 이승택과 임미정(에스티피엠제이)은 이 주택의 공간 확장의 역사와


마감재료 변화의 흔적 속에서 시대를 대변하는 ‘양식적 요소’들을 섬세하게 가려내 드러낸다.


그 동네에 축적된 시대의 분위기를 ‘역사’로 존중하고 토속적 풍경에 미묘한 변화를 가한 구의 살롱이나


현재 흔히 쓰이는 재료를 재해석한 쿼드와는 달리, 이번 호 프레임의 주인공인 민우식(민워크샵)의


‘둥근 지붕 집’은 온전히 건축의 형태와 내적 논리에 집중한다. 제주도 감귤 밭 인근에 자리 잡은


이 주택은 8×24m의 긴 볼륨을 하나의 공간으로 인식되도록 만들고 싶은 건축가의 욕망이 빚은
집이다. 일반적인 주택에서 찾아보기 힘든 공간구조지만 장용순의 표현에 따르면, 건축주는
“부모와 자녀 세대가 적당한 거리를 두면서 서로 소통”하게 되는 일상의 변화를 맞았다.

편집장 김정은

EDITORIAL
Free download 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