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하러 비행기를 띄워
김산복(청해 수필가·여행가)
“뭐하러 비행기를 띄워 안 찍고 말지”
일본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시라가와라는
사진작가가 있다.
그는 로마의 카타콤(원형극장)을 찍기
위해 일주일 동안 비행기를 띄웠다.
카타콤은 누구에게나 공개된 건축물이라
세계의 내로라하는 사진작가로부터 일반
관광객들에게까지 다 오픈된 곳이다. 나
를 포함해서...ᄒ.
이러한 피사체이기 때문에 유명한 작가
들은 자기만의 독특한 생각을 그 피사
체에 담고 싶어 한다.
시라가와는 피로 붉게 물든 모습을 표
현하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새벽의
아침 해가 딱이다.
그러나 날씨와 시간(비행기를 띄울 때는
이태리 정부의 까다로운 허가를 받아야
하고, 사진도 검열을 받아야 했다)등 여
러 조건이 만족스럽지 못해 띄우고 또
띄웠다. 일주일 내내~^
우리는 조금만 힘들어도 "안 하고 말지
이 따위 해서 뭐해"라고 한다.
사람이 다 잘할 수는 없다. 한 가지만이
라도 잘하면 된다. 버려진 가구나 나무
들을 주워다 훌륭한 작품을 만드는 이
도 있고,
헌 독을 주워 모아 정원을 아름답게 가
꾸는 이도 있다.
“앓는 이 죽지”라는 생각으로는 불가능
하다.
시나가와는 카타콤에서뿐만 아니라 맛사
다를 촬영할 때도 헬리콥터를 여러 날
띄웠다.
그는 얼마나 희열을 느꼈을까?
세상을 다 얻은 듯한 만족감으로 꽉 채
워졌을 것이다.
“뭐 비행기까지 띄워 안 찍고 말지”라
는 생각은 자기를 한없이 추락시킨다.
우리 주위에는 날마다 비행기를 띄워야
할 일이 많다. 띄우면 삶이 열배 백배
즐거워진다.
나는 오늘도 비행기를 찾고 있다.
- 시라가와 작품
그의 사진집에서-
파주에서 온 편지 (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