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짝웃는독서회 회지(2021년 1월 제185호)

(Seokhoon Kim) #1

『슬픔만한 거름이 어디 있으랴』


허수경 시집 실천문학사 간
허수경 시인은 2018 년 10
월 3 일, 독일에서 투병 중
별세했다. 나는 이 시집의
제목에 빚이 많다. 내용을
떠나 이 책을 처음 알게 되
었을 때 이 책처럼 제목이 가슴에 와닿
고 박힌 적은 없었다. 그것은 아마도 양
귀자의 소설집 『슬픔도 힘이 된다』와
더불어 가장 위안을 받았던 책 제목이
아닌가 싶다. 그 이후에도 꾸준히 두 번
째 시집인 『혼자 가는 먼 집』 세 번째
시집 『내 영혼은 오래되었으나』 등의
책을 읽었고 젊은 나이(1964년생)에 세
상을 떠나 아쉽다. 산문집 『모래도시를
찾아서』도 잘 읽었다. 책을 낼 때 제목
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나는 저자에게서
배웠다. 어떻게 생각하면 생이란 슬픔
아닌 것이 없다. 그렇지만 그 모든 아픔
과 슬픔이 바로 나를 서게 만든 거름이
라는 사실이다. 이것을 내 것으로 올바
르게 자각한다는 것이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세월이 흘러도 슬픔은 피하고
싶은 대상이기 때문이다. 슬픔에서 달
아나고 싶지 가까이하고 싶지 않은 것
이 생의 이치이기 때문일까. 하여튼 슬
픔은 싫다. 이 단순한 마음이 가장 인간
적이라면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런데
그게 지나고 나면 인생의 거름이었음을
깨닫게 되니 생이란 참으로 얼마나 깊
은가. 생(生)은 결코 밑을 다 드러내지
않는다. 세라비!


뭔 수가 난다

2021 년은 어머니께서 89 세로 지상의


소풍을 떠나신 지 11 주년이 되는 해입


니다. 올해는 그동안 쓴 글 중에서 어머


니에 대한 글만 모아 책을 한 권 내고


싶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자료를 모


으고 원고를 새로 쓰고 있네요. 새롭게


어머니를 만나는 행복도 있어 좋습니다.


서른다섯에 나를 낳으시고 내가 54 세에


돌아가셨으니 그 역사를 한 권의 책으


로 쓴다는 것이 어찌 가당키나 할까만


그래도 켜켜이 쌓인 어머니와의 추억과


기억을 새롭게 들춰내면서 날마다 어머


니와 동행하는 새해를 보내고 있습니다.


나는 평생 어머니가 누구와 말다툼하


는 것조차 본 일이 없습니다. 어머닌 그


렇게 순하고 또 덕을 지닌 분이셨지요.


사리는 밝으셨고 인생의 이치는 맑았습


니다. 아들 둘이 장애로 인해 다리가 불


편했지만, 어머니는 평생 긍정하는 마음


으로 인생을 사신 분이지요. 그만큼 강


하셨다는 뜻일 듯합니다. 독일 작가 에


크하르트 툴레는 “삶이 너에게 해답을


가져다줄 것이다”라고 했지만, 어머닌


늘 “살다가 보면 뭔 수가 난다”라고 하


셨지요. 그게 그 말씀이셨습니다. 아무


리 어렵고 힘들어도 생이란 다 길이 있


다는 뜻이겠지요. 어머니에 대한 글을


쓰면서 종종 눈물을 짓게 되네요. 그립


고 또 그립습니다. 며칠 전 신문에서 정


채봉 님의 「엄마가 휴가를 나온다면」을


읽다 또 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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