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만한 거름이 어디 있으랴』
허수경 시집 실천문학사 간
허수경 시인은 2018 년 10
월 3 일, 독일에서 투병 중
별세했다. 나는 이 시집의
제목에 빚이 많다. 내용을
떠나 이 책을 처음 알게 되
었을 때 이 책처럼 제목이 가슴에 와닿
고 박힌 적은 없었다. 그것은 아마도 양
귀자의 소설집 『슬픔도 힘이 된다』와
더불어 가장 위안을 받았던 책 제목이
아닌가 싶다. 그 이후에도 꾸준히 두 번
째 시집인 『혼자 가는 먼 집』 세 번째
시집 『내 영혼은 오래되었으나』 등의
책을 읽었고 젊은 나이(1964년생)에 세
상을 떠나 아쉽다. 산문집 『모래도시를
찾아서』도 잘 읽었다. 책을 낼 때 제목
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나는 저자에게서
배웠다. 어떻게 생각하면 생이란 슬픔
아닌 것이 없다. 그렇지만 그 모든 아픔
과 슬픔이 바로 나를 서게 만든 거름이
라는 사실이다. 이것을 내 것으로 올바
르게 자각한다는 것이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세월이 흘러도 슬픔은 피하고
싶은 대상이기 때문이다. 슬픔에서 달
아나고 싶지 가까이하고 싶지 않은 것
이 생의 이치이기 때문일까. 하여튼 슬
픔은 싫다. 이 단순한 마음이 가장 인간
적이라면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런데
그게 지나고 나면 인생의 거름이었음을
깨닫게 되니 생이란 참으로 얼마나 깊
은가. 생(生)은 결코 밑을 다 드러내지
않는다. 세라비!
뭔 수가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