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짝웃는독서회 회지(2021년 1월 제185호)

(Seokhoon Kim) #1
서시
― 이성복(1952∼ )

간이식당에서 저녁을 사 먹었습니다


늦고 헐한 저녁이 옵니다


낯선 바람이 부는 거리는 미끄럽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여, 당신이 맞은편 골목


에서


문득 나를 알아볼 때까지


나는 정처 없습니다


당신이 문득 나를 알아볼 때까지


나는 정처 없습니다


사방에서 새 소리 번쩍이며 흘러내리고


어두워 가며 몸 뒤트는 풀밭,


당신을 부르는 내 목소리


키 큰 미루나무 사이로 잎잎이 춤춥니다


사랑하는 까닭
― 한용운(韓龍雲‧ 1879 ∼1944)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은 까닭이 없


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홍안만을 사랑하지


마는, 당신은 나의 백발도 사랑하는 까


닭입니다.


내가 당신을 기루어 하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미소만을 사랑하지


마는, 당신은 나의 눈물도 사랑하는 까


닭입니다.


내가 당신을 기다리는 것은 까닭이 없


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건강만을 사랑하지


마는, 당신은 나의 죽음도 사랑하는 까


닭입니다.


저녁에
― 김광섭(1905∼1977)

저렇게 많은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묵화(墨畫)
― 김종삼(1937∼ )

물먹는 소 목덜미에
할머니 손이 얹혀졌다.
이 하루도

다시 읽고 싶은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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