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란 무엇인가 103
◇ 인생의 기반
일본인은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자주 이야기합니다. 일본
사회에서는 종교를 구시대적인 미신과 같이 생각하여 무교야말로
마치 인텔리의 조건인 듯한 풍조가 있습니다.
그러나 일본 사회의 생활습관을 관찰해 보면 일본인 특유의 다양
한 종교적 행동을 볼 수 있습니다. 정월에는 수천만 명이 신사에
참배를 하고, 매년 추석에는 귀성 전쟁이 이어집니다. 특정한 종교
에 소속되어 있지 않더라도 시찌고상(역주:3세,5세,7세가 되면 건
강을 기원하기 위해 신사에 참배)이 되면 신사에 참배하러 가고,
장례식은 불교식으로 행합니다. 많은 집에는 물단이나 신단이 있습
니다. 교통 안전 부적, 입시 기원, 지진제(地鐄奈) 등 많은 종교적
풍습을 일반적으로 볼 수 있습니다.
무교를 표방하는 일본인조차 무의식 속에서 이러한 종교적 행동
을 하고 있습니다. 자신은 무교이고 신올 믿지 않는다고 해도, 사람
은 무언가롤 의지하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습니다. 그것은 인간이
란 존재가 기본적으로 종교적인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종교는 역사를 통해 모든 민족, 모든 문명 속에
공통적으로 존재해 왔습니다.
“괴로울 때 하나님 찾기”라는 말이 있는 것과 같이, 사람은 스스
로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에 빠졌을 때, 무의식 중에 자신을 초월
한 존재를 찾습니다.
자신의 존재 기반이 무너져 없어지는 듯한 경험을 할 때, 우리는
비로소 무엇이 근본적으로 중요한 것인지를 깨닫습니다. 가족의 죽
음, 자신의 질병, 사업 실패, 경제적 파탄, 가정 문제, 친구의 배신
등 사람마다 천차만별입니다. 그러한 상황에 직면할 때 비로소 우
리는 지금까지 몰랐던 세계에 눈을 뜹니다.
하버드 대학의 종교학 교수인 윌리암 제임스는 “사람은 인생에서
무언가 다른 것을 느끼기 시작할 때 종교적이 된다.”라고 말했습니
다. 비일상적인 사건과의 만남을 통해 우리는 “나에게 무엇이 가장
중요한가”, 나아가서 “인생의 의미는 무엇인가?’틀 묻기 시작합니
다. 이것이 곧 종교적 물음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