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435
그날 밤 그녀는 “사랑하는 아이들에게”라는 제목으로 다음과 같
이 썼습니다.
“엄마의 병이 이미 손을 쓰기엔 늦어 버린 것은, 그것은 한편으
로 인간적인 실패가 겹친 것임에 틀림이 없지만, 그러한 의미에서
엄마가 너희에게 미안할 뿐 아니라 하나님께도 정말 태만했다고 사
죄해야겠지만, 그러한 것마저도 더욱 크게 감싸고 계시는 하나님의
손 안에서 이러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엄마는 용
서를 구하면서도 단지 후회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을 경외
하고 그것을 침묵하며 따를 수밖에 없단다. 그것만이 지금 엄마가
해야 할 진정으로 적극적인 행동이겠지. 그리고 믿고 따르는 가운
데 엄마가 너희들에게 오래 사는 것보다도 더 좋은 것, 좀 더 다른
것을 줄 수 있다고 확신한단다.
그래도 미안하다, 나의 네 아이들아! 지금 엄마는 (일기의) 표지
바로 뒤에 이렇게 썼단다. ‘엄마를 엄마 자신을, 너희에게 바친다.’
이렇게밖에 말할 수 없는 엄마의 마음을, 너희도 언젠가는 알아
주겠지. 너희가 엄마가 되고 아빠가 되는 날, 또 엄마로서 아빠로서
아이를 남겨 두고 삶을 마감하는 날에....
하나님께서는 언제까지나 내가 너희 곁에 있는 것을 허락치 않으
신다. 물론 눈물이 흐르는 괴로운 일이다. 엄마는 지금 이 글을 쓰
면서 눈물을 홀리고 있단다. 하지만 하나님을 원망하는 마음은 조
금도 없단다. 엄마는 울고 있지만 불평하는 것이 아니야. 너희는 불
쌍하지만, 나는 내 자신을 불쌍하게 생각하지 않는단다.
그러니까 부탁한다. 하나님을 원망하지 말아라. 원망하더라도 조
금만 해 주었으면 한다. 그리고 시편에도 반복해서 나와 있는 것처
럼, 하나님이 하시는 모든 일은 그 당시에는 이해할 수 없어도, 시
랑에서 나온 것임을 신뢰하고....
엄마는 내 병을 알고 있단다. 곧 육체의 고통이 다가올 것을 각
오하고 있어. 그리고 언젠가 이 육체가 죽는다는 것도. 그게 먼 훗
날의 일이 아닌 것을... 하지만 엄마가 잘 알고 있는 것은 이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