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짝웃는독서회 회지(2021년 1월 제185호)

(Seokhoon Kim) #1

함께 지났다고,


서로 발잔등이 부었다고,


서로 적막하다고


序詩
― 나희덕(1966∼ )

단 한 사람의 가슴도
제대로 지피지 못했으면서
무성한 연기만 내고 있는
내 마음의 군불이여
꺼지려면 아직 멀었느냐


된장 끓이는 저녁
― 이향지(1942∼ )

항아리를 할머니로


항아리 뚜껑을 할아버지로


항아리 뚜껑 위에 쌓인 눈을 백발로


항아리 옆의 감나무를 세월의 몽둥이로


꺾어보는 사이에 저녁이 되었다


반찬도 없는데 전신이 아프다


백발과 할아버지를 젖히고


할머니 속의 된장이


뚝배기 안에서


펄펄 끓는다


사이
― 박덕규(1958∼ )

사람들 사이에
사이가 있었다 그
사이에 있고 싶었다

양편에서 돌이 날아왔다

無名島
― 이생진(1929∼ )

저 섬에서


한 달만 살자


저 섬에서


한 달만


뜬눈으로 살자


저 섬에서


한 달만 그리운 것이


없어질 때까지


뜬눈으로 살자


노래
― 요사노 아키코(1878∼ 1942 )
擧謝野晶子, Yosano Akiko

창백한 슬픔마저 섞여 짜여서


더욱 아름다워진 사랑의 빛깔

Free download 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