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ground (2021 #1)

(The Playground) #1

거렸다. 지금에야 그 몸짓이 일반적이지 않고 저 닭은 다리가 다쳐 걸을 수


없다는 걸 알았겠지만. 닭이 있는 쪽을 쳐다볼 수도 없던 당시에는 그의 움직임


하나 마다 몸이 떨렸다. 닭과 가장 멀리에 있는 바구니부터 최대한 내 쪽으로


당겨 그 자리에서 작업을 시작했다. 세척기 앞으로는 가지도 못한 채 천천히


알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밀대를 그 바로 앞에서 닦으면 밀고 당길 때 마다 부리로 쪼아 댄다.


스테인레스로 된 물그릇은 청소하려고 잡기만 해도 물을 마시는 줄 알고


몸을 일으켜 세운다. 다리를 쓸 수가 없어 엉덩이를 바닥에 대고 서니 모습이


영락없이 펭귄이다. 순둥이라고 이름을 지으셨지만 짖궂게 부를 때는


펭귄이라고들 부르신다.


다친 다리는 오른쪽이다. 앉아서 자세를 바꾸려고 할 때는 왼쪽 발로 열심히


바닥을 밀어댄다. 그래봐야 사장님이 만들어 주신 상자 안 이지만. 상자


오른쪽에는 나무로 된 긴 사료통이 있고 그 너머에 또 다른 상자가 있다. 원할


때마다 이쪽 저쪽 옮겨 다니라고 마련해 두셨는데, 똥을 치우려고 잠시 오른쪽


상자에 옮겨놔도 바로 왼쪽으로 넘어온다. 날개를 푸드덕 거려 흙먼지를


날리면서.


이제 늙어 알도 낳지 못하고 다리도 성하지 않은 늙은 닭이다. 7살 즈음


되었다나. 가끔씩 마당에 있는 닭들에게 밀웜을 주려고 한두마리씩 작업장


안으로 데리고 들어오시면 한 마리를 주는 동안 다른 한 마리가 순둥이의


머리를 쫀다. 약육강식의 법칙이라나, 약자를 알아본단다. 움직일 수 없는 늙은


닭은 다른 닭들에게도 괴롭힘을 받나보다.


그녀의 일상은 심플하다. 먹고 자고 싸고. 알을 더 이상 낳을 수 없으니 먹고,


자고, 싸고 밖에 안한다. 먹을 때를 제외하면 항상 사료통과 벽이 만나는


코너에 얼굴을 콕 처밖고 있다. 새근새근 코 고는 소리도 간간히 조용한 작업실


안에 퍼진다. 아 닭들에게도 코, 귀가 있다는 사실을 처음 인지했다. 당연히


소리를 듣고 냄새를 맡을텐데도 한 번도 있을거라는 생각을 해 본적이 없다.


없을거라고 생각했다기보다는 그런 종류의 생각을 아예 해 본 적이 없다.


귀쪽의 털은 다른 얼굴의 털들과 조금 다르게 생겼다. 귀를 덮고있는 털의


빛깔만 조금 다르다.


닭들이 나를 쳐다볼 때는 크게 두 가지 모습이다. 부리가 나를 향하거나 옆


얼굴이 나를 향하거나. 닭의 옆태를 완벽하게 볼 수 있다면 아마 그 닭도 당신을


보고 있는 것일 것이다. 한 쪽 눈동자에 피사체가 가득 담기게 동그란 눈동자가


나를 향하고 있다. 누군가를 바라볼 때 사람처럼 앞을 보기도 하지만 옆으로


돌아 한쪽 눈동자를 온전히 활용한다는 게 놀라웠다.


분홍빛을 띄는 뽀얀 달걀을 낳는 오골계는 이 농장에 많지는 않다. 그 중에 털에


윤기가 흐르고 빛깔이 좋은 오골계가 한 마리 사장님의 품에 안겨 들어왔다.


다른 닭들에게 그렇듯 작업대 밑 대야에 가득 담긴 밀웜 한 줌을 먹이고는


다시 번쩍 안아 나에게 만져보라고 하셨다. 머뭇거리다 용기를 내 눈을 질끈


감고 만지려니, 아니아니 장갑을 벗으란다. 다시 옛날의 두려움이 엄습하려는


찰나 나를 믿어보라고, 만지는 순간 다를거라고 하셨다. 용기내 장갑을 벗어


손등으로 만져봤다. 위쪽 꼬리 부분이었다. 일단 몸집은 느껴지지 않았다.


내가 살아있는 동물을 만진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그러고 나니 이 닭의


부드러운 털의 촉감이 느껴졌다. 새까만 바탕에 푸른 빛, 초록빛, 보라빛이 섞인


털이다. 깃대의 느낌도 없는 그저 부드럽기만 한 느낌이었다. 사장님의 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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